흔들리는 것들 / 나희덕

기운찬우연 2023. 1. 4. 04:14

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

삶의 무게는 있어

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

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

삶의 속도는 있어

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

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.

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

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

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

생명의 물기 함점 흐르고 있어

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