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
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/ 문태준
기운찬우연
2022. 12. 28. 14:41
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
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
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
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
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
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
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내는 일이 없을 것
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은 반절 접어둘 것