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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산을 걷다 / 김재진

by 기운찬우연 2022. 12. 7.

생이 아플 무렵 낙산을 걷는다.

조금 헐렁한 실발과 멀리 있는 그리움과

걷다가 자주 쉬는 약한 무릎을 데리고

시린 이빨같이 생이 흔들리는 날

낙산을 걷는다.

물들어도 물들지 않는 내 안의 잎들과

끝내 안아보지 못한 슬픈 어깨와

적막이 깊어 더 내려가지 못한

돌층계 밟으며 외로움 따라 밟는다.

디딜 때마다 끌려오는

생의 무게와

남아 있는 길의 남아 있지 않은 위안과

어둠의 등 뒤에 누가 있는지

고요의 그림자가 성보다 크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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