생이 아플 무렵 낙산을 걷는다.
조금 헐렁한 실발과 멀리 있는 그리움과
걷다가 자주 쉬는 약한 무릎을 데리고
시린 이빨같이 생이 흔들리는 날
낙산을 걷는다.
물들어도 물들지 않는 내 안의 잎들과
끝내 안아보지 못한 슬픈 어깨와
적막이 깊어 더 내려가지 못한
돌층계 밟으며 외로움 따라 밟는다.
디딜 때마다 끌려오는
생의 무게와
남아 있는 길의 남아 있지 않은 위안과
어둠의 등 뒤에 누가 있는지
고요의 그림자가 성보다 크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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